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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안나 (2010-04-05 12: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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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추기경에게 ‘죽음’과 ‘부활’을 묻다

예수의 부활은 눈에 보이는 육신의 부활이 아닙니다 

지난달 29일 추기경 집무실에서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성탄은 시작이고 부활은 완성입니다. 그래서 부활절의 의미가 더 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죽으신 그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라야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예수님의 부활은 눈에 보이는 육신의 부활이 아닙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성당 옆 집무실에서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79·서울대교구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추기경은 먼저 “갑작스런 사고로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천안함 승조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 드리고 있습니다”라며 위로의 메시지부터 전했다. 또 “실종자 구조작업을 위해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애써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부활절(4일)을 맞아 정 추기경에게 ‘죽음’과 ‘부활’에 담긴 뜻을 물었다. 정 추기경은 교리적 해석이 아니라 묵상으로 몸소 길어 올린 울림을 통해 ‘예수의 죽음, 예수의 부활’에 답했다. “예수의 부활은 육신의 부활이다”“아니다. 예수의 부활은 영혼의 부활이다”란 논쟁이 지금도 계속되는 세상을 향해 정 추기경은 “육신은 물질입니다. 흙으로 돌아가죠. 그러나 부활한 영혼의 육신은 비물질입니다. 현세의 육신과는 다른 차원이죠”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천주교인과 개신교인이 “예수의 부활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육신의 부활”이라고 철석 같이 믿는다. 그래서 추기경의 이 한 마디는 굉장한 ‘파격’이고, ‘외침’이기도 했다. 그 외침은 그리스도의 참 생명이 과연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했다. 그래서 ‘이틀’을 물었다. 예수가 체포되기 전날 밤부터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는 날까지, 그 이틀을 통해 ‘죽음과 부활의 열쇠’를 찾고 싶었다.

- 그리스도교 최대 명절을 부활절로 꼽습니다. 왜 성탄절보다 부활절이 더 큰가요.

“예수님이 우리 인간 세상에 오시는 시작이 성탄이죠. 그리고 오신 사명을 완성하신 것이 부활입니다. 성탄은 시작이고 부활은 완성이죠. 그래서 부활절의 의미가 더 깊은 겁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밤,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건네며 “이 빵은 나의 살, 이 포도주는 나의 피”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통속적인 표현을 좀 쓸게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입을 맞추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키스가 격렬하죠. 상대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말이죠. 가령 아이들에게 사과를 주면 오래 못 들고 있죠. 곧 입으로 가져갑니다. 사과를 손에 들고 있는 건 물리적 소유죠. 그걸 먹으면 화학적 소유가 됩니다. 물리적 소유는 분리될 가능성이 다분하죠. 그러나 먹어서 내 살이 되면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선 당신을 먹이신 겁니다. 엄마가 젖을 주는 것처럼 말이죠. 자신의 생명줄을 먹이신 거죠. 그걸 통해 나와 화학적 결합을 하라는 겁니다. 주님과 내가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거죠.”

- 그날 밤 예수님은 겟세마니 동산으로 가서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나와 함께 깨어있어라.” 의미는.

“최초의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것, 그게 불행의 시작이죠. 예수님은 그걸 되돌리기 위해서 오신 겁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내가 너와 함께한다’란 말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주님이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겁니다. 그러니 ‘나와 함께 깨어있어라’는 말은 날마다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란 얘기입니다.”

-현대인은 지지고 볶는 일상을 삽니다. 깨어있으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행위가 선행이죠. 그런데 육신은 욕망이 많아요. 내가 한 입 더 먹으려고 다른 사람 걸 빼앗죠. 그걸 극복하는 길이 뭘까요. 바로 육신이 깨어있는 겁니다. 사람들은 선행을 자기한테 손해가 가는 걸로 생각하죠. 그건 ‘착각’입니다. 받는 사람뿐 아니라 베푸는 나한테도 이익이 오는 게 선행이죠. 그래서 착각을 걷어야 합니다.”

-죽음을 예감한 예수님은 앞으로 나아가 기도를 했죠.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이 저를 비켜가게 하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예수님은 하느님 뜻을 받들어 이 세상에 오셨고, 내내 (그 뜻을) 수행하신 분이죠. 저는 그걸 제자들 들으라고 하신 말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급한 때에도 항상 아버지의 뜻을 찾아라. 그걸 몸소 보여주신 거죠.”

-생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좇아야 할까요.

“소위 말하는 욕망과 욕심이 뭔가요. 그건 영혼이 아니라 육신을 위한 거죠. 우리는 언젠가 이 육신을 떠납니다. 어차피 버리고 갈 거죠. 우리가 일삼는 나쁜 짓도 따져보면 육신을 위한 겁니다. 영혼을 위해서 나쁜 짓을 하진 않죠. 하느님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뜻을 거듭거듭 생각하면 육신의 욕망을 극복할 길이 훤히 보이는 거죠.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겁니다.”

-누구든 육신의 욕심, 육신의 욕망을 벗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조차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했죠. 성경에 자주 나옵니다. 제자들이 몇 년씩 예수님을 모시고 다녔는데 왜 알아듣지 못했을까요. 예수님은 육신을 벗어난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제자들은 육신과 결부된 채 들으니까 못 알아들은 거죠.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가르치려고 오신 건데 말입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어’하면서도 이 육신을 위해 계속 노력하죠. 헛수고만 하는 겁니다. 다시 부활할 때는 이 육신이 아니라 다른 육신인데 말이죠.”

-부활한 후의 육신은 어떤 육신입니까.

“탄생이 뭘까요. 하느님은 각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실 때 육신과 영혼을 결합되게 하시죠. 그럼 죽음은 뭘까요.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겁니다. 지금의 우리 육신은 썩겠죠. 다시 물질세계로 돌아가죠. 그런데 부활한 생명은 다시는 죽지 않아요. 그러니 부활한 육신은 현세의 육신과 다른 것이죠. 물질은 변화가 있고, 영원은 변화가 없죠. 그래서 영혼도 비물질이고, 부활한 영혼이 결합하는 육신도 비물질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성경 대목이 그것을 보여주죠.”

겟세마니 동산에서 성전 경비병에 체포된 예수는 이튿날 사형 선고를 받았다. 가장 치욕스런 십자가형이었다. 예수는 십자가를 어깨에 멘 채 비틀대며 골고타 언덕(당시 공동묘지)을 올랐다. 거기서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못 박혔다. 그리고 6시간 동안 십자가 위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십자가 아래서 사람들은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며 예수를 조롱했다.

-예수님은 자신을 못 박는 이들에게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용서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용서를 하려면 상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죽인 사람들도 ‘나는 잘한다’고 착각하며 한 일이죠.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는 건 그 ‘착각’을 가리키는 거죠. 용서는 착각에 대한 이해입니다. 상대의 착각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용서가 이루어지는 거죠. 이해가 안 가면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 그건 이런저런 이슈로 쪼개지고 갈등 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유용한 메시지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데는 ‘상대의 착각에 대한 이해, 그걸 통한 용서’란 부분이 깔려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했죠.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이 구절을 묵상할 때마다 그때 사명 수행이 힘들어서 제자들에게 그런 표현을 하시지 않았을까도 싶죠.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과 떨어지신 순간이 없어요. 그게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 말에는 ‘너희가 나를 따라올 때는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제자들을 향한 가르침이 포함됐다고 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으니까요.”

-죽음의 목전에서 예수님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예수님은 유대인이셨죠. 유대인은 창조주를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잠들기 전에 ‘하느님께 저(몸과 영혼)를 다 맡기고 잡니다’라고 기도를 하죠. 예수님은 육신의 죽음 앞에서 그 기도를 올린 겁니다. 하느님께 모든 걸 맡긴 거죠. 그건 하느님과 완전히 하나로 결합되는 지향입니다. 여러분도 자기 전에 그런 기도를 하면 편해질 겁니다. ‘하느님, 다 맡깁니다. 다 알아서 해주세요.’ 고민 있는 사람은 잠을 못 자잖아요.”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다 이루어졌다”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전 그 말씀이 행복의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골인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확 풀어진다고 하잖아요. 사명을 완수한 거죠. 예수님도 그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인류 구원을 이루신 겁니다. ‘다 이루어졌다.’ 그건 어쩌면 환희의 함성이죠.”

-예수님은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그리고 정오부터 숨을 거두던 오후 3시까지 ‘어둠이 온 땅을 덮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왜 어두워졌습니까.

“어둠은 상징입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육신을 떠나시게 되니까요. 잠시지만 하느님이 우리 인간 세상을 떠났으니까 어두울 수밖에요. ‘알아들어라. 하느님 안 계시면 이렇게 어둡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부활절을 맞는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부활 성야(3일 밤)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빛입니다. 그래서 그 상징이 큰 부활초죠. 거기서 신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조그만 초에 불을 붙입니다. 예수님의 진리를 나눠가지는 겁니다. 그리고 세상에 빛을 비추는 거죠. 예수님이 죽으신 그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라야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는 겁니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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